작년에 계열회사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신청하면 한 개씩 줘서 받았는데 귀찮아서 묵혀놨다가 유효기간이 다 돼 가 열흘 간 체험해봤다. 나이가 들면서 전같지 않은 몸 상태에 내 몸이 어떻게 낡아가는지에 대해 자연 관심이 생기던 차... 혈당 반응에 개인차가 있으니 이것저것 먹고 시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하기에 팔뚝에 차고 열흘 간 여러가지를 먹어 보았다.
먹자마자 즉각적으로 혈당이 올랐던 것들은,
아이스크림, 붕어빵, 베이글 등 각종 빵과 라면, 냉면 같은 면 종류, 흰쌀밥, 바나나, 떡... 모두 1회 제공분만 먹었는데 혈당이 바로 140 위로 튀어올랐다. 특히 영양찰떡은 80그램짜리 한 개 먹었는데 혈당이 80에서 200으로 뛰어서 당당하게 혈당 최고치를 기록. 그나마도 벌떡 일어나 계단 타서 200으로 막은듯.
은근~~하게 올라서 150을 가뿐히 넘기고 다음 끼니때 까지도 혈당이 안 떨어지고 잘 때에도 혈당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들은,
마라부대전골(+라면사리+쌀밥), 닭갈비(+볶음밥)...
기계 눈치보여서 배불리도 못먹고 딱 1인분만 먹었고 다음 끼니는 가볍게 먹고 한 시간 운동하고 잤는데도 자는 동안조차 혈당의 오르락 내리락이 심했다.
혈당에 별 영향이 없었던 것들은,
안주 없이 술만 먹는 것, 요즘 아침 대신 먹고있는 껍질 채 먹는 사과 반 개, 스시, 저속노화밥.
술은 정말 아무 영향이 없었고 아침으로 먹었던 과일은 혈당을 올리긴 올렸지만 요즘 과일은 달아서 과당DMF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 것 치고는 140을 넘기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스시도 흰밥에 설탕이 들어가니 혈당이 오르겠다 걱정했는데 바로 걸어서인지 의외로 많이 안올라서 다행이었다. 대충 귀리 현미 백미 렌틸콩 섞어서 일주일에 서너 끼 먹던 저속노화밥은 확실히 혈당 상승이 미미.
결론은 "가루 안좋다. 쌀가루, 밀가루 등 가루를 조심해라" 라는 것.
빵, 떡류는 어차피 별로 안좋아하니까 상관없는데 국수 어쩔... ㅠㅠ
그리고 "먹고싶은 대로 먹으려면 앉아있다가 먹고 다시 앉아있으면 안된다"는 것.
혈당 올리는 음식을 먹어도 바로 오르막을 걷거나 계단을 20층 정도 오르면 바로 혈당이 140 밑으로 떨어졌다.
먹고 바로 앉으면 당뇨 걱정도 걱정이지만 그 남는 열량이 다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된다니 뭐든 입에 넣으면 바로 걷는 게 좋겠다. 다시 말하면, 먹고 바로 몸을 움직일 여건이 안된다면 입에 뭘 넣지를 말아야 된다는 것... ㅠ
그리고 "나는 너무 많이 먹고 있었다"는 것.
헤비한 식사를 했어도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 먹으면 되는데 자꾸 뭘 입에 넣고 있었다. 밥을 먹고 혈당이 90 근방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뭐가 됐든 탄수화물이 들어간 것을 입에 넣으면 혈당이 바로 다시 130대로 올라가더라. 그리고 점심에 고열량 고속노화 식사를 하면 저녁을 먹을 때까지 배가 안고프기도 하지만 혈당도 잘 안 떨어진다. 삼시 세끼를 꼭 챙겨먹을 게 아니라 그런 날은 저녁은 그냥 패스를 했어야 했던 것 같다.
내 생각에 제일 몸에 나쁘다 싶은 음식은...
짠 거랑 사리, 쌀밥을 같이 먹는 자극적인 한식인 것 같다. 라면 우동 등 면사리 넣거나 백미밥이랑 먹거나 마무리 볶음밥 먹는 그런 거.. 먹고 한참 지나도 혈당이 안떨어지더라. 이게 탄수화물 과다 섭취만 문제일 것도 아니고 염분도 과다이니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덤으로 고혈압도 안 올 수가 없을 것.. 거기다가 저녁으로 먹으면서 소주랑 같이 먹는다? 이러면 뭐 고혈압, 고지혈, 당뇨의 쓰리콤보로 가는 특급열차일 듯. ㅠ
네 그 열차 저도 탔었네요... 요즘은 친구가 없어 자주 먹진 못하지만 감자탕, 아구찜, 부대찌개, 즉떡, 해물찜, 삼겹살, 쭈꾸미볶음, 김치찜 등등 소울푸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암튼 이 제품 보험 적용이 안되면 8만원 안팎인 것 같은데,
당뇨나 당뇨 가족력이 있지 않더라도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해볼만 한 듯 하다. 머리로만 아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생활 습관을 바꿀 동기부여를 확실히 준다.
그리고 요새도 위고비를 맞는 것도 아니고 살 빠지는 약이라고 뭔가를 인스타에서 찾아서 사먹는 사람들이 있던데 제발 이것부터 해보라 할 것 같다. 입에 넣는대로 혈당이 오르는 걸 보면 단기적이나마 식욕이 뚝 떨어진다. 회사 옆자리 20대는 정상 체중임에도 기계 눈치가 보여서 잘 못먹다가 열흘동안 1kg 빠졌다고. ㅋㅋ
우리팀에 2,30대가 많은데 얘들 혈당 반응이 나보다 더 안좋았다. 확실히 풍요의 세대 쪽으로 갈 수록 어려서부터 단 걸 많이 먹어서 그런지도.. 자꾸 군것질 하면서 살 찐다고 푸념만 하는 부모님도 한 번 채워드리고 싶은데 잘 쓰실지가 의문이라 일단 주변에 단 거 좋아하는 40대들에게 한 번 줘보려고 한다.
'일상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병이 생겼다 (1) | 2025.05.11 |
---|---|
베이글이 아닌 어떤 것을 파는 그 빵집 (0) | 2024.03.10 |
파묘 관련 잡담 (0) | 2024.03.03 |
아무것도 장담하지 않기로 했다 (0) | 2023.12.10 |
나이를 먹어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 (0) | 2020.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