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것 찾아먹기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1,2시간정도 기다려서 먹는 건 수용하는 편이다. 대기가 많다고 항상 맛있는 건 아니지만 궁금하니까... 다만 뭐 맛있다는 말만 나오면 대기 몇 시간은 우스운 요즘이니 원격웨이팅 시스템 없이 두시간이 넘어가는 곳은 잘 안간다. 다 먹고 즐기자고 하는 건데.. 이젠 아직 못 먹어본 맛있는 뭔가가 있을 거란 기대가 별로 없으니 그렇게까지 기다려서 먹기엔 돈 쓰는 기분이 안난다는 입장.. ㅎ
미술관을 가거나 인왕산 등산, 산책 등으로 서촌, 북촌을 종종 가기 때문에 지나다 보면 대기번호가 200번대인 걸 많이 봐와서.. 굳이 뭐 빵 먹자고 저렇게 기다릴 일인가 싶은 것도 그렇지만, 저 곳 대표가 이전에 차린 베이커리 카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한다는 것, 메뉴고 뭐고 전부 영어로만 써놨다는 것, 매장이 몹시 혼잡한데도 덮개도 안씌우고 팔고있다는 것 등을 알고 있었기에 뭐 얼마나 맛있길래 하는 호기심은 있었지만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꼭 거기를 가봐야겠다는 친구가 주말 오픈런으로 대기표를 받고(주말에는 원격 웨이팅도 없음) 일단 우리집에 왔다가 네 시간(!) 후 같이 나갔다. 위의 이유로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에 편치않은 기분을 선입견처럼 한자락 깔고.
일단 입장해서 매대를 따라 줄을 서서 빵을 고르는데 앞뒤로 외국인들이 빵을 고르면서 겨울옷 소매자락으로 베이글을 주욱 훔친다. 고르는 사람이 문제겠는가. 굳이 접촉이 없어도 사람이 빼곡한 실내에 겨울옷 먼지가 빵에 얼마나 붙을지.. ㅠ 다닥다닥 붙어 빵 고르면서 떠드는 침이 튈 것은 물론이요 지금은 겨울이지만 가을까지 빈대인지 벼룩인지 소문 돌았던 것을 생각하면... ㅠ
어쨌든 왔으니 눈 질끈 감고, 다음에 다시 올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왠지 기다린 것이 아까워 포장용으로 플레인 베이글이랑 감자치즈 베이글을 고르고 취식용으로는 잠봉버터와 쪽파 프레첼 베이글을 골라 계산대에 섰다. 왜때문인지 포장도 진공벨을 손에 쥐어주는데 기름인지 뭔지 끈적하다. 정말 그대로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고... 어쨌든 베이글은 손에 쥐고 먹어야 할 것이니 손세정제 따위는 기대도 안했지만 물티슈로라도 손을 닦고싶어 살펴보았는데 셀프바에는 물, 냅킨, 포크, 나이프는 있어도 물티슈는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몇 개 필요하세요 묻고 계산대 서랍을 열어 꺼내준다. 세상에... 아니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이 시점부터 앞으로 이 빵집과 관련된 빵집 어디에서도 단 한 푼도 쓰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후로는 가기 전부터 안가고 싶은 쎄함이 느껴지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는데 사회생활 하려니 어쩔 수가 없다.
아 맛은 그냥 부드러운 베이글 맛이었고 특별한 건 없었다.
쪽파 프렛첼 위에 뿌려진 굵은 소금이 좋았고 토마토 바질 수프는 특별히 맛있었다.
따뜻한데도 왠지 약간 가스파초 느낌도 나고.
사실은 잠봉버터 1/2 쪽파크림 1/2 먹고 니글니글해서 저녁에 짬뽕국물 한사발 원샷하고 광명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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