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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아무것도 장담하지 않기로 했다

by 우주사탕 2023. 12. 10.

오픈하우스 서울 2023

 

최근 몇 년 간 내가 경험한 모든 돈 쓰는 활동을 통틀어 내가 최고로 애정하는 프로그램 오픈하우스 서울.

(심지어 이 행사는 현재까지는 무료다.)
올해도 바쁜 시기에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몇 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구중중한 구옥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주택도, 오래도록 비어있던 땅을 눈여겨보다 매입해 사옥을 올린 건축사무소도 보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조부에게 물려받은 일제시대 가옥을 전체적인 모습을 바꾸지 않은 채 멋지게 수리하여 카페로 사용하고 있는 이 집, 청파동 킷테였다. 

 

 

 

 

 

 

 

 

 

평소에는 출입을 막아두고 있는 2층 다다미방에 올라갔을 때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 어딘가로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선에 참여하신 대목장님도 오셨는데.. 
목재 샘플을 여러가지 보여주시면서 캐나다산 자연림의 좋은 점까지 설명해주셨던 목재 강의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동영상까지 찍어왔다. 명함도 받아왔지만 아쉽게도 연락드릴 일이 없을 것 같다...

 

 

 

 

 

 

 

 

 

 


2년 전만 해도 나는 그저 단순하게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이런 집의 가치를 아는데.. 
나에게도 이런 집을 물려줄 조상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과거 모습 그대로 멋지게 수선해서 살았을텐데... 

1종이긴 하나 집 앞으로 좁지만 차가 다닐 수 있는 골목도 있고 마당도 꽤 넓어 모르긴해도 다가구 하나쯤은 충분히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주인 분이 나보다 나이가 적어보였는데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다. 

 

근 몇 년 간 투자 실패를 겪은 이후 나는 이제 "집이 너무 멋있으니까.. 팔거나 허물고 수익형 빌라를 짓는 선택을 하지 않고 집을 지키기로 한 집주인의 결심이 당연했을 것"이라고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와서 우리사주에 얼마의 돈을 넣을 것인가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그 시점을 돌아보면..

이 모든 일들을 겪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얼만큼의 물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일은 없지만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저런 집을 누가 물려준다면...?

그렇다고 내 손으로 쉽게 허물겠다는 선택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호기롭게 집을 지키겠다는 낭만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장담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