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국립현대미술관 2019 올해의 작가상

우주사탕 2020. 2. 4. 23:01

올해들어 미술관 다니는 모임에 가입하였다. 첫 모임때 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봤는데 영상자료가 많아서 두시간을 보냈어도 다 못보고 지나친 것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브레히트의 시를 나누어 삽입한 고독사를 다룬 이 다큐 영상이었다. 모임원 중 한 분이 인상깊었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기에 두번째 관람하면서 앉아서 끝까지 보았다. 

 

나는 독거인이지만 고독사 자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안락사든 뭐든 방법이 있을테니 남에게 폐나 안끼치고 가야겠다'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딱히 두려워하진 않는데(내가 두려워하는 건 오직 치매 뿐... 애초에 죽으면 다 끝인데 뭘.) 이 작품을 보고 무연고사하면 시신부산물이 일반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작가 인터뷰 도 읽어보았는데 동거인이 있더라도 가족이 아니라면 장례를 치를 수도 없다고. 그럼 나는 무연고사로 죽지 않으려면 가족들보다 일찍 죽어야 하는 것인가...?! 

 

큰 줄기와는 상관없지만 보면서 굉장히 인상깊었던 대목이 있었는데.. '부모가 소중히 모아놓은, 자식들의 어렸을때 모습을 열심히 찍어둔 비디오테입을 사후든 사전이든 가져가라고 해도 자식들이 안가져가더라. 다들 자기들 눈으로 본 것들만 추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안 가져가면서도 자기 자식들은 또 열심히 찍어서 장롱에 넣어두더라'는 웃픈 이야기. 보면서 저렇게 한때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던 부모 자식 사이도 어느 사이엔가는 멀어져서 때때로 서로를 돌아보는 것조차 하지 않고 상대편이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도 모르는 채 살게 되는구나, 싶어서 과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라는 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하여 갑자기 막막해졌다. 인생이 너무 길어 누구나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도 같고.. 예전처럼 부모 곁에서만 반백년 정도 살면서 30~40대 때 부모님 돌아가시는 거 보고 나도 곧 죽고 그걸 자식이 옆에서 챙기고 그러게 되는 세상이 아니니까. 지금은 백세 시대니까. 시골에서 잘 지내던 노모를 도시로 모셔와 외롭게 돌아가시게 한 사례 역시 죽음이 가족 제도의 밖에서 일어나도 고독사가 되지 않게(아마도 행정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소개했을 듯. 브레이크 없는 고령화사회로 가는 내리막길. 나 죽기전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이 아니라도 가까운 지인들이 임종을 지키고 뒷수습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겠지. 그래서 결론은 '친구를 많이 사귀자'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