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퇴행이라는 것

우주사탕 2020. 1. 17. 22:31

요즘은 어디 아파서 병원을 가면 다 퇴행성 질환인 것 같다. 목디스크 때문에 큰 병원 예약 잡아놓고 기다리는 와중에 주말에 이케아 가서 뭐 별로 무겁지도 않은 것 사서 옮기다가 팔꿈치가 삐끗했다. 언제 그랬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은은한 통증이 생겨서 아 거기서 그거 옮기다가 그랬겠거니 했는데 좀 나아지던 와중에 어제 수건 개면서 팡팡 땡기다가 팔꿈치에서 뚝 소리가 나서 병원에 다녀왔다. 엑스레이로 봐도 부은 거 같은 게 생각보다 심한 것 같다. 암만 사람 수명 원래 40이고 그 이후로는 고쳐가며 쓰는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좀 튼튼한 편이니까, 요즘은 백세시대니까 자각은 더 늦게야 올 줄 알았다. 근데 40 훌쩍 넘으니 귀신같이 여기저기 삐걱거리네. 

팔꿈치 덧난 것도 사실은 수건 개다가 각이 잘 안맞아서 귀퉁이를 양 손에 잡고 촥촥 펴다가 그랬다. 뭘 그걸 각을 맞추겠다고 팔도 아픈데 그랬나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점점 몸이 안따라줘서 생존에 덜 필수적인 것들부터 소홀하게 되겠지, 점점 안되는 것들이나 힘든 것들은 안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덜 씻고 옷도 덜 빨아입고 청소 덜 하다가 냄새나는 노인이 되는 거겠구나 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조금 슬프네. 알게된들 뭐 어쩌겠냐만은. 이유를 몸소 깨달았으니 노인들에게 관대해지려는 노력 정도는 해보려고.